빛을 받고 있는 건물

   대부분 살다가 딱히 하늘을 올려다 볼 기회가 많지는 않겠지만, 내 습관 중 하나는 길을 걷다가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본다는 것이다. 처음엔 단순히 대도시에 살면서 바쁘게 살고 있는 나의 하루가 어디까지 흐르고 있는지 확인하면서, 동시에 위에 계신분께 찡긋 얼굴을 보이고 싶은 마음이 그 시작이었다.
 
   하늘이라는 방향성이 딱히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걸 알지만, 내 스스로 ‘전능하신분, 나를 늘 지켜봐 주시는 분’에 대한 개념을 잊지 않아야지만이 비록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고되더라도 나머지 시간을 기쁜 마음으로 지속해 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면 고층 빌딩들이 다 제멋을 뽐내고 하늘을 향해 우뚝 서있는 것을 보게되고, 건물이 스스로 원해서 올라갔을 리 없음에도 무너지기 전까지는 아무말 없이 그 자리를 우두커니 지키고 서 있는 모습을 마주하게 된다.

   그 시간이 마침 내가 좋아해서 많이 담아내는 하루의 햇살이 가장 무르익는 순간일 때는, 도시의 사람들은 정신없이 건물들과 소음 사이를 쏘다니고, 고요한 건물을 위에는 따스한 햇살이 내려앉게 된다. 이를 그냥 지나칠 수 없어서 가던길을 멈춰 서 그 모습을 물끄러미 살펴보는 날이면 빛을 받은 건물도 있고 받지 못한 건물도 보인다.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거의 모든 건물은 하루 중 어떠한 형태든 빛을 받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닿게 된다.
   
    그렇게 풍경이 눈에서 마음으로 들어오면 그 햇빛이 따스한 은혜가 되어 ‘저게 나구나. 우리의 모습이구나’ 하게 된다. 이어서 ‘’나’라는 사람을 잘 지어야겠다. 무엇보다 빛을 잘 받는 곳에 지어야겠다.’ 하는 생각이 이어지게 된다. 그 순간을 놓지고 싶지 않아 그 장소가 어디가 되었든 일단 안전한 자리을 찾고서 수를 세지 않고 내눈에 보이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 담길때까지 찍어내곤 하는데, 별것 없는 건물을 담는 동양의 작은 여자의 모습에 간혹 사람들이 반응하고 그 건물을 함께 올려다 보기도 한다. 가끔은 사진의 결과물 보다도 그런 현상 자체가 좋을 때도 있다. 그 중에 몇은 나와 같은 생각을 했기바라면서 설사 원하는 결과물이 안나오더라도 미소짓고 가던길을 가곤한다.

   빛을 받고 있는 건물의 모습을 담아내고 그 이후엔, 혼자서 건물 안에 있을떼, 내 마음이 동굴속에 있을때 등등 다시 꺼내 보고, 또 보면서 그 순간의 은혜를 기억해 내기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보내기도 한다. 좋은건 나누면 배가되니까 말이다. 보낼때 특별한 말을 주저리 주저리 달지는 않지만 사진 안에 담아보내는 내용은 대략 이렇다. ‘많이 바쁘지? 하던일 잠시 멈추고 이것좀 봐봐. 이게 우리야. 어쩜이래 은혜위에 은혜다. 그치?’

   그렇게 건물에 내려앉은 빛을 따라가다보면 빛을 받지 못한 부분도 보이고, 시간이 지나면 그부분들이 바뀌어가는 것을 여러 장의 사진을 통해 포착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한참을 바라보니 그 위에 변함없이 서있는 하늘의 모습이 말없이 며칠 전 기억도 나지 않았던 속상했던 마음들 까지 위로해 주기도 한다.

   어느새 이런 행위는 내 욕심이 꾸려낸 고단했던 하루속에 잠시 환기의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하고 이를 놓치지 않고자 차곡차곡 그 순간들을 쌓으며 살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는 더 많은 이들에게 이런 이야기들을 전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기를, 당신의 하루도 어떠한 모양든지 그 따스한 빛을 분명히 받는 것이라고 조용히 위로하고 싶다.


2022년 10월 15일에 남겨놓은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