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그리고 사진을 찍는 이유

  다른 그 무엇도 아닌 예술을 하며 살아가려고 하는 이유를 꼽으라면 물론 예술을 사랑하기 때문이고, 그 사랑의 이유를 구지 이야기 하라고 한다면
예술이라는 것이 세상의 거울이며 창이기 때문이다.
   
   인지하고 있든지 아니든지, 예술은 사람이 생산해 내는 그 무엇들 보다도 가장 날것으로 표현이 되고, 특별한 지식이 없어도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마도 자연과 같이 인간이라는 존재가 만들어내지 않았던 모든 산물들이 그 영감의 시초였으며 그로인해 생겨난 산물들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던 많은 사람들의 노력으로 우리는 그 수많은 보물들을 ‘예술’ 이라 이름 부르며 그것이 주는 혜택을 누리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 중에서도 사진을 찍는 이유는 많이 있지만, 가장 큰 줄기가 되는 것을 말하라면 사진이라는 결과물이 가장 가까운 시간 안에 직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거울이며 동시에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마음의 창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물론 음악과 영화 그리고 연극을 통한 작업도 같은 역할을 하지만, 사진은 여지껏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경험할 수 있었던 창작활동들 중에서 가장 표현방법이 단순하고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구애받지 않고 빠르고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매개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시작한 이후 부터는 놓을 수 없는 작업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한 사진작업은 창작의 시간이 다소 걸리는 다른 미디엄의 결과물을 기다리는 동안 불시에 감정이나 아이디어가 생겨날 때마다 날것을 바로바로 찍어 두면서 해오고 있는데, 다른 프로젝트들로 인해 나누고 전하는 작업을 잊어버리거나 미루기 일쑤여서 하드에 쌓여버린 사진이 벌써 수천장이 넘어 만단위로 바뀌어가고 있게되자, 도저히 저장 용량을 감당할 수 없어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런 시간 속에서 혼자만 보기엔 아까운 순간들이 너무나 많았다는 것을 깨닫고는 빛을 못보는 이 녀석들에게 미안한 감정까지 들정도가 되어버렸을 정도로 내가 깨닫지 못했던 나의 작업들이 묵묵하지만 어여쁜 모습을 하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이런 시답잖고 사사로운 이유로 사부작대며 정리를 하며 의도치 않게 그동안의 작업들을 세상밖으로 선보이길 시작했지만, 사실 어디서부터 어떻게 보여줘야 할지 아직 정해진 바도 없고, 이 글 마저도 그걸 좀더 명확하게 하기 위한 작업 중에 하나이기에 아직 모든게 서툴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솔직히 글이라고 하기에도 조금 민망하지만, 최근 온 생애를 예술에 혼신을 다하며 비우고 채워내셨던 문신 선생님의 영상작업을 마친 후, 초대받은 전시에 가서 작품들과 흔적들을 직접 두 눈으로 목격하고 나니 잠시 멈추었던 이 작업을 다시 이어나갈 수 밖에 없었고, 이렇게 된 이상 이제는 더이상 멈출수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아직 많이 수줍고 어색하지만 한장 한장 이곳에 올려놓아 보려한다.
 
부디 더 늦지 않게 보다 많은 이들이 우리 속에 스며들고, 내려앉은 빛을 보고 위로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면서. 
 
 2023년 봄이 오기 시작하는 3월에, Sol